오늘은 현충원처럼 고향에서
멀리 떨어진 '국립묘지'가 아닌
'국군묘지'에 안장된 용사들의
사연을 서창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
[리포트]
올해 88살의 신현권 할아버지.
지난 1953년, 두 살 터울의 친형이 입대한 지 두 달 만에
강원 철원 금화지구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.
당시 신 할아버지 가족에게 돌아온
형의 흔적은 손톱과 머리카락 한 가닥 뿐.
유골조차 찾을 수 없었던 신 할아버지의 형은,
국립 묘지가 아닌 거제에 있는 한 '국군 묘지'에 안장됐습니다.
신현권 / 6*25참전용사 유가족
"부모님들이 자식이 그리운 마음에서 멀리 갈 수도 없고 하니까
자기 곁에 두겠다고 해서 (형을) 이쪽에다 모신 것 같아요."
올해 90살의 김두운 할아버지도, 국군 묘지에 안장돼 있는
외사촌 형을 한 달에 두 번씩 찾고 있습니다.
형이 결혼도 못한 채 전장에 나갔다보니,
형의 묘지를 돌볼 가족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.
김 할아버지 자신도 한국전쟁에 참전해
겨우 목숨을 건진 터라 남일 같지 않습니다.
김두운 / 6*25참전용사
"사촌, 육촌 이런 분들이 같이 살다가 생활고로 인해서 벌어 먹기 위해서 다 뿔뿔이
헤어지다 보니까 여기 찾아오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. 그런 점이 정말 아쉽고..."
이렇게 한 번씩 가족이나 친척이 참전용사들을
찾아볼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.
모두 44명의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는
사천에 있는 또 다른 국군 묘지.
이 곳에는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
참전용사만 70%에 이릅니다.
나머지 참전용사의 가족도
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.
여유순/대한전몰군경유족회 사천시지회 지부장
"(참전용사의 가족사항을 안다면) 찾아가서 위로라도 해드리고
가끔씩 식사 대접이라도 하고 싶지만, 알 수가 없기 때문에..."
대전이나 서울 등 멀리 떨어진 국립 묘지 대신
고향의 국군 묘지에 안장된 참전 용사들.
그들의 희생 정신을 어루만져줄 후손들의 손길이 뜸해지고 있는 지금,
한국전쟁이 일어난지도 어느덧 7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.
MBC NEWS 서창우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