(R)초토화된 화개장터 "건질 건 사람밖에 없었다"
개장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
물에 잠긴 하동 화개장터는
물이 빠지면서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.
주민들은 "건질 게 사람 밖에 없었다"며
긴박했던 피해 상황을 전해줬는데요,
복구 현장에 정영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.
물이 빠지면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
경남 하동 화개장터.
장터 길목 식당에서 경찰 대원들이
빙수기와 식기 세척기를 끄집어 냅니다.
바로 옆 녹차를 판매하던 공장은
아수라장이 됐습니다.
녹차 티백을 찍어냈던 기계부터 포장지까지
모두 물에 잠겨 복구 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.
김준희 /화개재다 직원
"피해가 엄청나다. 전부 다 버려야 한다."
<침수 전*후 화면 분할>
1층 건물까지 물에 잠긴 장터 안 피해 상황은
더 심각했습니다.
최근 리모델링한 이 식당은 숟가락까지
흙탕물로 뒤범벅돼 성한 물건이 없습니다.
성수기를 맞아 쌀과 채소 등 미리 사 놓은
식자재는 못쓰게 됐습니다.
배정자/ 식당 주인
"사람만 건지고 나머진 하나도 못 건졌다"
화개장터 중앙에는 새벽부터 상인들이
내다 놓은 대형 냉장고부터 식탁, 식자재까지
침수된 물품들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.
상인들은 하나라도 더 건져보려고
안간힘을 써보지만
건진 것 보다 버리는 게 더 많습니다.
흙탕물을 쓸어내고 쓰레기를 모으고..
자원봉사자 등 천여 명이 나서
복구 작업을 벌여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.
박상곤/사천 의용소방대 연합회장
"쓸만 물건들 포대에 담고 있다. 힘드실 것 같아 도와드리려고 찾아왔다."
강물이 휩쓸고 지난간 섬진강 주변은
처참했습니다.
1층짜리 궁도장 건물 3동이 급류에 못이겨
구석에 쳐박혔고 운동기구도 못쓰게 됐습니다.
강변에 심어놓은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습니다.
물 빠진 녹차밭을 비롯해 감나무와 배나무까지
온통 흙탕물로 뒤덮였습니다.
제가 서 있는 이곳 녹차밭 4헥타르가
이번 비 피해로 모두 침수돼
수확을 앞둔 녹차는 못쓰게 됐습니다.
이덕주/ 녹차 피해 농가
"가공한 녹차 다 버려야..내년 생산 차질 예상"
하동에선 건물 300여 동이 침수돼고
4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한편,
농경지 70여 ha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
집계됐습니다.
하지만 태풍영향권에 들어가는 내일 오전부터
경남에 또 다시 많은 비가 예보돼
주민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.
MBC뉴스 정영민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