홈쇼핑 업체 문자인 줄 알고 전화를 걸었다가 속아서,
3천5백만 원을 건넨 황당한 사건이 있었는데요.
속을 수밖에 없었던 게, 악성 앱이 설치된 뒤부터
내가 거는 전화를 보이스피싱 일당이
중간에 모두 가로챘기 때문입니다.
이재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아파트 입구에서 서성이는 한 여성.
잠시 뒤 한 남성이 누런 종이 가방을 들고 나타납니다.
여성이 문 안쪽으로 안내하자
남성이 종이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냅니다.
5만 원짜리 백장 묶음이 7개
3천5백만 원입니다.
가방에 도로 담은 현금은
고스란히 여성의 손에 넘어갑니다.
돈을 건넨 남성 이 모 씨는 지난달 25일,
사지도 않은 의료기기를 배송하겠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.
뭔가 이상해 전화했더니 홈쇼핑 고객센터라는 곳에선
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고 말했고, 이어 연락한 경찰
안내에 따라 앱을 하나 설치했습니다.
보이스피싱이 의심스러웠던 이 씨는 혹시나 싶어 114에서
번호를 안내받고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.
그런데 조금 전 통화했던 사람들이
그대로 전화를 받았고, 이 씨는 안심했습니다.
그리고, '2차 피해가 우려된다'며 현금을 찾아오라는
말에 따라 현금 3천5백만 원을 건넨 겁니다.
이 모 씨 / 보이스피싱 피해자
"(경찰청에서)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까
협조를 해서 (범인을) 잡아야겠다, 협조를 해달라는
그 말에 넘어갔죠."
경찰 조사 결과, 이 씨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순간,
이 씨가 거는 모든 전화를 보이스피싱 조직이
가로채 받았던 겁니다.
허준/창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
"보이스피싱 같다고 의심하면서도 너무 치밀하게 준비를 하니까
사람들이 그런 의심을 덜 하게 된다는 거죠. 그렇기 때문에
점점 더 체계적이고 조직화될 수밖에 없습니다."
보다 치밀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지난 3년간
전국에서 10만 3천여 건의 피해가 발생했고,
피해금액은 1조 7천억 원이 넘었습니다.
MBC NEWS 이재경입니다.